이은영의 마케터의 시선

무신사와 크림의 짝퉁 대전과 그 후의 이야기

이은영

2022.10.2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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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 무신사와 크림의 짝퉁 논란이 있고 난 후, 온라인 명품커머스 시장의 분위기는 많이 바뀌었습니다. 작년에만 해도 명품커머스 업체들은 할인과 고객 유치에 혈안이 되었다면, 올해는 보안과 진품 검증에 대한 시스템 완비에 더 힘을 싣는 느낌입니다.

 

명품 시장에 있어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믿고 살 수 있는가 일 것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올해 초에 있었던 무신사와 크림의 짝퉁 논란에 대한 이슈를 살펴보고, 명품 커머스와 진품의 의미에 대해 마케터의 시선에서 분석해보겠습니다.

 

 

 

무신사와 크림의 피할 수 없는 격돌! 짝퉁 논란

 

이 사건은 한장의 티셔츠에서 시작됐습니다. 2022년 1월 18일 리셀 플랫폼 크림에는 한장의 티셔츠가 올라옵니다. 피어오브갓의 새컨 브랜드 “에센셜”의 2020 S/S 티셔츠였는데요. 

 

무신사에서 이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가 되팔기 위해 리셀 플랫폼 크림에 티셔츠를 올리게 됩니다. 네이버 크림은 한정판 리셀 플랫폼으로 중고거래 중에서도 한정판 스니커즈, 한정판 명품이 주로 거래되는 플랫폼입니다. 

 

그런데 티셔츠가 올라오자 네이버 크림에서는 “우리의 정품 판정 알고리즘을 돌린 결과 가품이다” 라는 결론을 내게 됩니다. 

 

이 내용은 일파만파 퍼지게 됩니다. 우리나라 1위의 패션 플랫폼 무신사에서 명품 짝퉁을 팔아?올해 초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구게 되고, 무신사는 이에 대해 ‘근거없는 주장’ 이라며 크림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예고장을 던집니다.

 

진품, 가품을 검증하는 과정은 지리하게 이어지는 듯 했습니다. 

 

무신사는 한국명품감정원에 감정을 의뢰했는데, 여기에서는 “감정불가”라고 답변을 보내옵니다. “감정을 진행한 일부 상품에서 개체 차이가 발견되나 해당 개체 차이가 정가품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는 부족하다” 라는 의견을 내고선 말이죠. 

 

한편 크림의 경우에는 중국계 검수 플랫폼 NICE와 일본 최대 한정판 거래 플랫폼 스니커덩크의 운영사 소다에 한번더 제품의 가품 여부 판별을 위해 의뢰했는데 가품 판정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싸움이 격화되면서 무신사는 크림에 대해 영업방해, 명예훼손 등으로 민형사상 고소와 공정위 제소를 한다고 밝히게 되죠. 

 

그런데 최종 결론은…?

2022년 4월 1일 문제가 되었던 티셔츠 업체의 본사 피어오브갓에서 “이 티셔츠는 가품” 이라는 최종 판정을 내 주면서 에센셜 티셔츠의 가품 논란은 종결됩니다.

 

이게 왜 이슈였을까요? 

 

우선 이슈를 체크하기 전에 각각의 회사는 어떤 일을 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무신사부터 볼까요?  

 

무신사는 프리챌 커뮤니티 “무진장 신발사진 많은 곳”에서 시작했습니다. 당시 고3이었던 조만호 대표가 커뮤니티를 만들어 활성화를 한 뒤 거리의 패피 사진들을 올리면서 유명세를 타게 되죠. 이어 무신사 닷컴을 론칭하게 되고, 에디터 포토그래퍼를 고용해 본격적인 무신사 매거진 잡지를 운영하게 됩니다.

 

무신사 매거진에서는 다양한 화보, 룩북을 통해 신생 브랜드를 홍보하게 되는데 화보 촬영 대행을 통해 패션 콘텐츠가 풍부해지자 더 많은 사용자가 무신사 닷컴을 찾게 된거죠.  

 

본격적인 커머스 사업은 2009년에 시작하게 됩니다. 이 시기 무신사 스토어를 론칭하게 되는데요. 초창기에는 돈이 없어 대량 사입 및 판매 구조로는 어렵다고 판단했는지 브랜드사에게 입점할 경우 화보촬영, 룩북을 촬영해주겠다고 하여 100여개 브랜드가 모여 시작하게 됩니다! 

 

 

 

 (사진 자료: 무신사 제공 / 연합뉴스 기사 출처 ) 

 

 

현재는 입점된 브랜드사가 6,200개나 됩니다. 어마어마하게 성장했죠? 여기에 자체 PB브랜드인 무신사 스탠다드도 론칭했습니다.

 

규모를 살펴보자면 무신사는 2021년 거래액이 2조 3천억원으로 국내 패션플랫폼 1위를 차지합니다. 전년대비 90%나 증가한 수치죠. 매출액의 경우에는 전년대비 41% 증가해서 4,667억원 영업이익은 19% 증가해서 542억원을 기록하게 됩니다.

 

무신사 스토어의 회원 가입자수도 작년 기준 1천만명을 돌파하게 됩니다. 무시무시하게 빠른 성장속도를 보이고 있죠. 또한 작년에 스타일 쉐어, 29CM도 인수합병을 하면서 사세를 키워 나가고 있습니다~  

 

 

 

한편 크림은요! 

 

한정판 리셀 플랫폼으로 중고거래 중에서도 한정판 스니커즈, 한정판 명품이 주로 거래되는 플랫폼이에요. 2020년 3월에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원래 네이버 사내 벤처로 출발했기 때문에 크림 또는 네이버 크림이라고도 부르는데요. 작년 누적 거래액 8천억원을 돌파하면서 무신사, 지그재그에 이어 패션 플랫폼 업계 3위에 오르게 됩니다. 한국의 명품 시장 규모가 작년에 17조원이었는데요. 전년대비 5% 성장한 수치입니다.

 

명품 시장이 커지는만큼 비례해 중고거래 시장도 커집니다. 덕분에 작년 크림에 있어서는 시장 파이를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한편, 크림은 무신사의 에센셜 티셔츠 가품 판정과 관련해서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회사 내부에 정품과 가품을 구분하는 ‘자체 개발 판정 알고리즘이 있다’ 며 에센셜 티셔츠는 발매 시즌별 브랜드택, 라벨폰트, 봉제 장식 등 차이가 있지만 동일 시즌 제품일 경우에는 봉제방식 등이 동일하다고 했습니다.

 

크림은 진품 가품을 판정하는 내부 기준이 10개 정도가 있는데, 특히 2020 S/S 에센셜 티셔츠의 경우에는 크림이 이미 3천건 넘게 검수한 기록이 있어서 가품 관련된 빅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즉 우리가 데이터로 돌려봤더니 너네 제품 가짜야. 

라고 못을 박아준거죠.

 

 

 

이번에 이슈가 된 에센셜 티셔츠는?  

 

이 브랜드는 피어오브갓의 새컨 브랜드로서 20-30대 MZ 세대들이 좋아하는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입니다. 미국에서 시작되었고, 에센셜의 큼직한 글씨의 로고플레이로 인기를 끌었죠. 이 제품 구매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큼직한 로고가 중요한 요소일 수 있기 때문에 가짜면 안되는 겁니다.  

 

진품인 줄 알고 구매해 거리를 활보했는데 알고보니 짝퉁.

이러면 얼마나 기분이 나쁠까요.

 

그래서 이번 사건이 제법 큰 이슈가 된 것이죠.  

 

 

 

사건의 종결과 무신사의 대응 

 

이번 사건은 결론적으로 피어오브갓 본사에서 ‘가품이다’ 라고 판정을 내리면서 일단락 됩니다. 판정 이후, 무신사는 즉시 해당 제품을 판매 중단을 하고 공식 사과를 하게 됩니다.  

 

 


(이미지: 무신사 스토어 공지사항) 

 

 

그리고 4월 5일에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게 되는데요. 온라인 공급 계약을 맺는 글로벌 브랜드사와는 파트너십을 확대하겠다고 하면서 직접 상품을 공급받는 비중을 늘려가겠다고 약속을 했습니다. 실제 최근 무신사는 30여개의 글로벌 브랜드와 국내 온라인 판매 계약을 체결합니다.

 

더불어 파트너십을 체결한 브랜드에 대한 판매 대응책도 발표를 하는데요. 3단계 검수 과정을 고도화하겠다는 겁니다.  

 

  

 

(이미지: 무신사 스토어 공지사항) 

 

 

거래를 트기 전에는 거래 업체의 신용도와 평판을 확인하고 수입 관련 서류 확인, 명품 감정원을 통해 샘플을 검수하겠다. 라고 밝힌 겁니다.  

 

그리고 이후에 가품이 발생할 경우에는 대응 프로세스를 가동해 해당 부티크에 소명 요청, 필요시 손해배상 및 위약금 청구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습니다.  

 

 

 


 

 

마케터의 시선 

 

이와 관련해 마케터의 시각에서 분석해 보면 저는 크게 2가지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1] 시장의 생각

 

일단 명품 시장에 종사하는 사업자들에게 무신사, 크림의 짝퉁 대전은 굉장히 큰 이슈입니다. 명품이라는 것 자체가 기본적으로 ‘신뢰’를 바탕으로 움직이다보니 가품이라는 건 명품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치명적인 이슈입니다. 

 

그리고 한번 신뢰가 망가져 버리면 소비자들이 마음을 돌리기도 쉽지 않습니다. 온라인에서 구매를 했는데 진품, 가품이 석여 있다 라고 한다면 누가 안심하고 명품을 온라인에서 구입할 수 있을까요?  

 

더불어 이 논란은 병행 수입업자, 오픈마켓 방식으로 판매를 하는 명품 판매 업체들도 불똥이 튀진 않을까 전전긍긍했습니다.  

 

당시 명품 플랫폼들도 서둘어 대책 마련을 하면서 자구책을 밝히기도 했죠.

 

우선 발란의 경우에는 사전 검수 강화를 위해 최근 명품 감정 기업 인수와 NFT(대체불가토큰)을 이용한 보증서 도입을 검토한다고 했습니다. 만약 NFT 보증서가 있을 경우 유통구조가 공개되기 때문에 구매 과정에서 보다 안심할 수 있고 사후 보상정책 역시 강화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트렌비는, 작년부터 명품 감정사를 양성하는 명품 감정 트레이닝 센터를 운영 중에 있는데요.  현재 40명의 직원을 올해까지 100명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죠 

 

 

[2] 제품와 소비자의 신뢰 

 

브랜딩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신뢰’입니다. 이번 이슈는 플랫폼의 명품 판매 분야에 있어서 ‘신뢰’에 좋지 않은 선례를 남겼습니다.

 

무신사가 아무리 후속 대처방안을 마련해 발표한다고 한들 소비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요? 

 

“내가 수개월 전에 무신사에서 샀던 이 명품, 혹시 가짜 아닐까?”  

 

기존에 샀던 명품에 대한 의심의 싹이 생겨나는 겁니다. 그런데 이러한 의심은 시간이 지날수록  급격히 커지는게 문제입니다.

 

무신사 입장에서는 대응책 마련보다 소비자와의 신뢰 회복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건 기존의 업체를 샅샅이 뒤져 행여나 가품은 더 없는지를 체크하는 거겠죠.  

 

만약 이러한 노력을 하지 않고, 혹시나 무신사에서 구입한 또 다른 사람 몇명의  제품이 가품일 경우 무신사는 명품 제품을 판매하지 못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브랜드가 소비자의 신뢰는 쌓기는 어렵지만, 무너지는 데에는 아주 사소한 문제인 듯 보이는 데에서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 있어 무신사는 소비자에게 투명하게 기존의 명품 제품 역시 샅샅이 뒤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한 과제인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무신사의 억울한 부분도 있을 겁니다. 의도적으로 가품을 팔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을 겁니다. 그러나 조직의 규모가 커지고 입점 브랜드사가 많아지면서 대규모 계약 관리를 하다보면 틈이 발생하고 거기에서 리스크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비단 이것이 무신사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기존의 명품 커머스 플랫폼들도 서로가 자기네가 계약한 유통업체가 다이렉트 계약사이다 우리가 판매하는 제품이 정품이다.  

 

아직도 이런 싸움을 하고 있거든요. 하지만 가품이 점점 많이 발견되면, 결국 소비자는 돌아서게 됩니다.

그냥 오프라인에서 구매하자. 이렇게요.  

 

결국 무신사와 크림의 대결, 그리고 티셔츠 한장이 쏘아올린 이슈는 앞으로 명품 커머스 업체가 풀어야 할 숙제가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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