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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사가 유아인을 가지고도, 무아인을 만든 이유

기묘한

2022.08.03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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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이는 하나야 둘이 될 수 없어! 아니 무아인은 그 이상이 될 수 있어 

 

 

로지, 루시, 수아 버추얼 인플루언서들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에서 막대한 팔로워들을 거느리고 있는 것은 물론, TV광고까지 섭렵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트렌드에 따라 기업의 얼굴로 이들을 발탁하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습니다. 무신사 역시 이에 발맞춰 지난 6 새로운 브랜드 뮤즈로 가상인간 무아인을 내세웠는데요. 기존에 있던 다른 가상인간들과 달리 실제 셀럽이자, 무신사의 뮤즈였던 유아인을 바탕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무신사는 도대체 이런 선택을 것일까요?

 

 

왜 어려운 길을 갔을까?

무신사가 새로운 브랜드 뮤즈로 무아인을 만든다는 소식에 처음 느낀 감정은 의아함이었습니다. 우선 무신사는 이미 너무도 훌륭한 뮤즈 유아인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렇게나 싱크로율이 높은 뮤즈를 찾기 어려울 정도였고요. 유아인은 무신사가 추구하는 페르소나 그 자체였습니다. 하지만 굳이 무신사는 무아인이라는 버추얼 휴먼을 새로운 뮤즈로 내세웁니다. 물론 최근 버추얼 휴먼을 기업 광고 모델이나, 뮤즈로 내세우는 것 자체가 유행이긴 합니다. 그런데 보통 아예 새로운 인격을 만들어 내지, 기존에 존재하는 셀럽을 모델로 만들진 않습니다. 그래서 더욱 궁금했던 거죠. 도대체 무아인이라는 뮤즈를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하고요.

 

 

로지는 MZ세대가 선호하는 요소를 모아 얼굴을 형상화한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출처: 신한라이프)

 

 

 

그럼 여기서 질문 하나 드려볼게요. 아예 새로운 인격을 만드는 것이 쉬울까요? 아니면 기존에 존재하는 모델이 있는 경우가 버추얼 휴먼을 만들기 용이할까요? 그냥 쉽게 생각하면, 그래도 뭔가 모델이 있으면 쉽지 않겠어라고 여길 수 있습니다. 모티브가 없다면, 가장 대표적인 버추얼 인플루언서 로지처럼 젊은 세대가 좋아하는 얼굴을 분석해서 만드는 등, 그 과정이 복잡할 테니까요. 지만 역으로 기술적으론 무아인처럼 확고한 모델이 존재하는 경우가 오히려 더 구현이 어렵다고 합니다. 우리는 유아인이라는 셀럽의 얼굴에 매우 익숙하고, 조금만 어색해도 이상함을 느낄 테니 말입니다. 그래서 더 섬세한 작업이 필요하다는데요. 더욱이 여기에 유아인 측의 동의를 받아야 했고, 초상권을 활용하기 위한 추가적인 비용도 지불해야 했죠. 


이와 같은 여러 제약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무아인을 고집한 것은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무신사다움'을 반영하는 대상으로 유아인 이상 가는 존재를 떠올리지 못했기 때문이라 합니다. 보통 버추얼 휴먼을 모델로 활용하는 목적은 크게 3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선 브랜드 이미지에 트렌드함을 더하기 위해 이를 활용하고요. 혹은 본인들의 기술적인 역량을 과시하기 위해 테크 기업들이 이를 만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아무래도 실제 연예인 등을 활용하는 것보다 모델료를 절감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을 테고요. 하지만 무신사의 이번 행보는 이러한 일반적인 것과는 출발부터 완전히 궤를 달리했습니다. 오직 무신사다움을 더 잘 표현할 방법을 찾았고요. 오히려 버추얼 휴먼을 활용하더라도, 기존 셀럽의 이미지를 차용하는 것이 새로움을 줄 수 있어, 더 무신사답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창조가 아닌 확장

그렇다면 무신사가 유아인을 가지고도 무아인을 새로이 만들게 된 진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앞서 말했던 것처럼 기존 버추얼 휴먼을 활용한 브랜드들은 본인들의 브랜딩에 트렌드, 테크 등의 이미지를 새로이 부여하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무신사는 이렇게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기보다는 오히려 무아인이라는 존재를 통해 기존에 가진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더욱 확장하려는데 주안점을 두었습니다. 

 

버추얼 휴먼의 장점은 무엇일까요? 새롭고 혁신적인 이미지는 초창기에만 통용될 수 있을 뿐 중장기적으로 가져갈 수 있는 요소는 아닙니다. 솔직히 이를 뒤늦게 활용한 브랜드들은 벌써부터 뻔하다는 느낌을 자아내고 있기도 하고요. 그렇기에 오히려 버츄얼 뮤즈의 진정한 강점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겁니다. 일례로 로지의 나이는 영원히 22세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래서 언제든 젊음을 대표하는 뮤즈로 남을 수 있지요. 그러면 반대로 이러한 관점은 어떨까요? 보통의 인간 모델들은 특정 연령대나 라이프스타일을 대표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버추얼 휴먼은 이러한 제약도 벗어던질 수 있지 않을까요?

 

 

리틀 무아인이 나오는 순간, 왜 무신사가 유아인을 갖고도 무아인을 만들었는지 바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출처: 무신사)

 

 

 

그래서 이번 무아인이 공개된 광고에서 리틀 무아인이 등장했을 때 정말 감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 '이래서 무아인을 만들었구나'가 그 순간 바로 이해되었거든요. 무신사가 작년부터 연이어 전문관들을 오픈하고 있는 것은 많이들 알고 계실 겁니다. 무신사 부티크, 무신사 뷰티, 무신사 플레이어, 무신사 키즈, 무신사 골프, 무신사 아울렛 등 현재 총 6개의 전문관들을 운영 중인데요. 무신사 스토어 전체의 뮤즈가 유아인이고, 유아인을 통해 브랜딩을 했듯이, 이들 각각에게도 뮤즈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정말 무신사다운 뮤즈를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요. 그렇다고 유아인이 이들 모두를 대표하기엔 물리적인 한계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무아인은 다릅니다. 리틀 무아인처럼 무신사 키즈를 대표할 수도 있고요. 혹은 시니어 무아인이 나와 부티크나 골프를 알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유아인으로 대표되는 '무신사다움'은 유지할 수 있지요. 내부 관계자 분에 따르면 무아인과 함께한 입점 브랜드의 룩북도 기대해볼 수 있다고 하는데, 정말 무신사스러움이 유지되면서 시공간은 초월한 무아인의 매력이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

 


주고 싶었던 건, 오직 경험

이처럼 무신사는 트렌디함이나 기술을 과시하기 위함이 아니라, 무엇보다 브랜드 가치의 확장성을 위해 버추얼 휴먼이라는 새로운 방법을 택했는데요. 오는 8월 31일까지 방문 가능한 무신사 VR룸 역시 기술적인 부분을 강조하기 위함이라는 전문관이 주는 경험을 확장하기 위해 진행된 캠페인입니다.

 

▶무신사 VR 룸 구경해보기

 

 

무신사 VR룸은 전문관을 고객에게 시각적인 경험을 통해 전달하기 위해 시작한 캠페인입니다 (출처: 무신사)

 

VR 룸을 실제로 방문해보면, 구조는 사실 단순합니다. 아울렛을 제외한 5개 전문관과 무신사 스테디셀러 브랜드가 모인 총 6개의 공간이 쭉 나열된 것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는 확실히 분리된 공간을 거닐며, 각각의 전문관을 대표하는 브랜드들을 쭉 훑을 수 있는데요. 그것 자체를 무신사는 의미 있다고 보았습니다.

비록 무신사가 작년부터 전문관을 지속적으로 밀고 있지만, 온라인 공간에서 이를 인지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오프라인 매장이야, VMD를 통해 매장의 변화를 직관적으로 알 수 있지만요. 온라인에선 전문관 영역으로 들어가서 쇼핑 경험을 쌓기 전까지 이를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무신사 스토어 내에서 상품 구매 자체는 전문관을 거치지 않고도 가능합니다. 오프라인이야 꼭 해당 공간을 지나야 하지만, 온라인 쇼핑은 그 특성상, 검색이나 카테고리 영역에서도 충분히 탐색부터 구매까지 모두 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무신사 앱에 들어가면 전면에 전문관으로 통하는 버튼들이 있지만 모두가 이를 누르진 않습니다 (출처: 무신사)

 

​ 따라서 무신사는 주목도가 가장 높은 메인 영역에 전문관 이동을 유도하는 버튼들을 나열해 두었지만, 여전히 상당수의 고객들은 검색이나 카테고리, 혹은 랭킹 영역에서 쇼핑을 마칩니다. '전문성 브랜딩'을 강조하기엔 다소 아쉬운 점이라 할 수 있지요. 

그래서 무신사는 전문관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경험시키기 위해 VR 룸이라는 이벤트를 떠올립니다. 개별 전문관의 키 비주얼을 시각화하고요. 대표적인 브랜드만 모아 보여줌으로써, 정말 전문성이 있는 쇼핑 채널이구나를 인식시킵니다. 여기에 쿠폰을 주면서 전환까지 유도하고요.  

 



전문관에 진심인 진짜 이유

그렇다면 무아인이나 VR룸 등 이벤트의 효과는 어땠을까요? 무아인 캠페인 이후 전문관 PV는 직전 주차 대비 무려 200%나 상승했다고 합니다. 전체 무신사의 트래픽 또한 전년 대비 20%나 성장하였고요. VR룸 역시 발행되는 쿠폰을 통해 전문관 GMV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고요. 

 

 

무신사는 전문관에서 기존 성공요소들을 적극 활용하여 보다 나은 경험을 만들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출처: 무신사) 

 

그리고 이와 같이 '전문관 띄우기'에 무신사가 진심인 이유는 일단 고객이 방문만 하면 만족할 거라고 확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신사는 개별 전문관에 엄청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우선 UI/UX부터 개별 전문관의 개성에 맞춰 설계/강화하고 있고요. 개별 카테고리에서 좋은 파트너 브랜드를 찾아 동반 성장을 하는 기존 성공 모델도 이식하고 있습니다. 또한 콘텐츠 맛집답게, 특성을 살린 스타일링 콘텐츠에도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고요.

이러한 요소들은 어디서 많이 보던 방식 아니던가요? 수많은 고객들을 무신사 스토어의 팬으로 만들어 버린 강점들을 그대로 전문관에 이식한 건데요. 따라서 무신사에서 쇼핑하는 경험이 만족스러웠던 고객은 전문관 또한 좋아할 수밖에 없고요. 이와 같은 경험은 재방문과 재구매로 자연스레 이어질 겁니다. 그러다 보면 결국 '패션은 다 무신사랑 해'라는 캐치프라이즈가 현실이 되어버리게 되는 거지요.

 



결국은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 그렇다고 무신사가 전문관 확장에 무작정 욕심을 부리는 것도 아닙니다. 기존 핵심 고객들이 좋아할 만한 영역만을 선별하여 영역을 넓혀가고 있고요. 기존 무신사 스토어의 타깃과 다른 경우, 레이지나잇 같이 아예 새로운 플랫폼을 론칭하거나, 인수한 29CM나 스타일쉐어와 역할을 나누기도 합니다. 이와 같은 무신사의 접근 방식은 매우 영리한 선택이라 볼 수 있는데요. 바로 성장이라는 달콤한 과실 안에 숨겨져 있는 함정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어찌 보면 기업은 자전거와 속성이 비슷합니다. 넘어지지 않기 위해선 계속 달려야 하는 자전거처럼, 지속적으로 성장해야만 생존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외연 확장은 어느 기업이든 언젠가는 맞닥뜨리는 과제가 됩니다. 하지만 문제는 성장에만 몰두하다 보면, 본질을 잃어버리게 될 때가 많고요. 본연의 가치를 상실한 기업과 브랜드는 그 생명력이 다하게 됩니다.

반면에 무신사는 확장이라는 과제를 받고도, 본인이 가진 브랜드의 본질을 지키고 있다는 점에서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무신사는 기본적으로 패션으로 본인의 개성을 표현하는 이들과, 이들이 사랑하는 브랜드를 위한 커뮤니티에서 출발하였습니다. 따라서 패션과 스타일링을 기반으로 한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무신사가 가진 진짜 가치이지요.  

 

무아인은 무신사 스탠다드 강남을 대표하는 얼굴로도 활용되었습니다 (출처: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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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무신사는 출발점이었던 스트리트 패션을 잊지 않고 있고요. 개성을 중시하는 이들과 매력적인 브랜드가 존재한다는 측면에서 속성이 비슷한 럭셔리, 키즈, 골프, 스포츠 영역으로 확장 중입니다. 또한 아예 이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하나의 문화에 형성하는데 기여한다는 브랜드 가치 또한 고스란히 지키고 있고요. 그래서 더 나아가, 본인의 개성을 자신의 삶을 통해 너무나도 매력적으로 표현하는 유아인이라는 뮤즈 또한 끝까지 지키려고 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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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기존의 관습적인 부분을 따르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측면 또한 무신사다움을 잘 드러낸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무아인이라는 버추얼 휴먼을 만드는 건 어찌 보면 무모한 도전이기도 했는데요. 국내에서 유사한 사례가 없기도 했고, 실제로 이를 단지 웃기다고 생각한 반응도 꽤 되었기 때문입니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위험 요소들이었지요. 

 그래서 처음에는 유아인 측도 난색을 표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새로운 시도'라는 점을 가지고 설득한 무신사에게 공감을 하였고요. 현재는 유아인의 개인 인스타그램에서도 무아인 키워드가 종종 등장할 정도로 진심으로 캠페인에 동참해주고 있다고 합니다. 광고 제작 과정에서도 리틀 무아인 디자인에 필요한 어릴 적 사진을 제공해주거나, 눈매 등을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도록 피드백을 여러 차례 해주는 등 적극적으로 참여하였고요. 결국 기존 무신사가 대표했던 관습을 깨트리는 이미지와 잘 맞았기에 가능했던 부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 오늘은 여전히 성장하기 위해 전문관이라는 전략을 택한 무신사의 새로운 브랜딩 캠페인들에 대해 이야기 나누어보았는데요. 이처럼 무신사는 작은 커뮤니티에서 시작했지만, 현재는 패션 시장을 뒤흔드는 거대 쇼핑 플랫폼으로 성장하였습니다. 매월 수백만 명이 방문하고, 연간으로는 조 단위의 거래액을 낼 정도로 덩치는 커졌지만 여전히 무신사는 특유의 색을 지키고 있습니다. 심지어 전문관으로 영역을 끊임없이 확장하는 가운데서도 말입니다. 이는 무신사가 추구하는 가치를 지키려는 내부 구성원들의 지속적인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고요. 이와 같은 '무신사다움'을 지키려는 고집이야 말로, 무신사가 꾸준히 성장해올 수 있었던 진짜 비결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 글은 무신사로부터 소정의 원고료를 지원받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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