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명의 직장인을 만나다

퇴근길엔 혼자이고 싶다

퇴준생 정소장

2022.08.0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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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사에서의 관계는 회사에서 끝내고 싶어요. 9시간 동안 뒤엉켜 일했으면 됐잖아요. 퇴근 지하철에선 유튜브 보거나 노래 들으며 휴식 시간을 가질래요. 예능 클립 보며 웃다 보면 그날 스트레스가 싹 사라져요.” 

 

 “맞아요. 유튜브와 예능 클립은 퇴근길에 봐야 더 재미있어요. 그 시간을 절대 포기할 수 없죠.”

퇴근 시간만 되면 눈치싸움을 한다. 상사가 퇴근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상사와 같이 퇴근하지 않기 위해서다. 사무실 분위기를 살피던 Q는 짐은 챙긴 뒤 인사를 하고 재빠르게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하필 엘리베이터가 1층에 있어 시간이 걸렸다. 그때 누군가 Q에게 인사를 건넸다. 회사 상사였다.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고 내려갔고 지하철도 같이 탔다. 

 

 “회사 사람과 퇴근하는 걸 왜 피하세요?”

 

 퇴근 눈치를 본다는 Q에게 물었다. 그는 퇴근길에 회사 사람을 만나는 걸 꺼려했다. 

 

 “회사 밖을 나서면 회사와 관련된 모든 신경을 끄려고 해요. 상사와 같이 지하철에 오르면 그렇게 할 수가 없으니까요.”

 

 이어폰을 꽂고 휴대폰만 쳐다본다. 이어폰에선 노래가 흘러나오지 않지만 귀에 걸어둔다. Q의 퇴근길 모습이다. 이어폰을 꽂고 있으면 말을 걸지 않았다. 간혹 아는 체하는 사람이 있었지만 가벼운 눈인사를 하곤 다시 휴대폰을 바라봤다.

 

 “회사 사람을 만나면 할 이야기가 ‘업무’밖에 없어요. 퇴근을 해도 일하는 기분이에요. 가끔 내일 할 일을 전달하는 사람이 있어요. 다음날 출근해서 요청해도 될 일을 굳이 퇴근길에 할까요?”

 

 “그러게요. 왠지 지하철에서 일을 해야 할 것 같네요.” 

 

 

 

 타 부서 사람이면 자리를 피하거나 못 본 척했다. 부서 상사는 방법이 없었다. 퇴근길 지옥철에서 업무 잔소리와 궁금하지도 않은 상사의 가족사를 들어야 했다.

 

 “대화거리가 있으면 그나마 괜찮아요. 적막이 찾아오면 너무 불편해요.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없는 약속을 만들어서 중간에 내릴 수도 없잖아요. 그럼 또 업무 이야기를 하는 거죠.”

 

 “정말 지옥철이 되는 거네요. 눈치 볼만하군요.”

 

 상사의 헛웃음 나오는 농담에 Q는 억지웃음을 지었다. ‘라떼’이야기를 쏟아내는 상사와 지속적인 아이컨택을 하며 장단을 맞춰나갔다. 지하철 유리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니 너무나 가증스러웠고 불쌍해 보였다. 퇴근 지하철에서 연장근무를 한 그는 결심했다. 앞으로 퇴근길에 회사 사람 누구와도 말을 섞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회사에서의 관계는 회사에서 끝내고 싶어요. 9시간 동안 뒤엉켜 일했으면 됐잖아요. 퇴근 지하철에선 유튜브 보거나 노래 들으며 휴식 시간을 가질래요. 예능 클립 보며 웃다 보면 그날 스트레스가 싹 사라져요.”

 

 “맞아요. 유튜브와 예능 클립은 퇴근길에 봐야 더 재미있어요. 그 시간을 절대 포기할 수 없죠.”

 

 

 

 Q의 말에 공감했다. 회사에선 업무로 말 섞을 상황이 많았지만 회사 밖에선 달랐다. 출퇴근 길에 만나면 왠지 모를 뻘쭘함이 느껴졌다. 눈이라도 마주치면 서로 모른 체하기 바빴고 같이 있으면 분위기가 어색했다. 내 말을 듣던 Q는 좋은 방법이 있다며 노하우를 알려줬다.

 

 “이어폰이 제일 좋아요. 귀를 막고 있으면 아는 척 안 하더라고요. 시선은 항상 휴대폰을 향하세요. 자칫 고개를 잘 못 돌렸다간 회사 사람과 눈이 마주칠 수 있어요.”

 

 “전 지하철 문 앞에 바싹 붙어있어요. 회사 사람들이 못 보고 지나가더라고요.”

 

 Q의 비법에 나의 노하우도 덧붙였다. 편한 퇴근길을 위한 그의 노력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만의 퇴근길을 사수했다.

 

 

 

 “휴대폰 볼 때도 긴장을 늦추면 안 돼요. 동공은 휴대폰 액정을 향하지만 신경은 주변을 경계해야 해요. 흰자로 주변을 살피는 경지에 올라야 한답니다. 만약 누군가 다가온다면 ‘피식’ 웃어보세요. 마치 휴대폰에서 재미있는 걸 본 것처럼요.”

 

“아, 그냥 웃는 건가요? 회사 사람뿐만 아니라 지하철에 있는 다른 사람들도 다가오지 못하겠네요.”

 

 눈물겨운 사투였다. 퇴근했지만 완벽한 퇴근을 맞이하기까지 멀고도 험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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