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리더십

칸예웨스트가 말하는 당신이 실패하는 이유

주드

2022.07.13 09:00
  • 2059
  • 콘텐츠에 ‘좋아’해줘서 고마워요 -
    0
  • 0

넷플릭스 칸예 웨스트 다큐를 보면 짠내가 난다. 지금은 슈퍼스타로 성공한 래퍼 칸예 웨스트가 자신이 래퍼로서 잘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허쓸(hustle)하는 모습이 3화 중 2화를 꽉 채워서 나온다. 허쓸은 힙합에서 자주 쓰이는 단어로 열심히 일하고 분투하는 것을 뜻한다. 힙합씬을 뒤집어놓은 천하의 칸예도 뜨기 전에는 잘할 수 있다고 남을 설득해야 했던 모습을 본 것이 신기했다. 사실 나는 칸예가 슈퍼스타인 채로 알게 됐다. 그래서 그가 이렇게 어려운 방식으로 스타가 됐는지 알지 못했다. 칸예도 이렇게 열심히 했는데 나는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칸예는 짠내를 풍겼는데 그중 가장 안쓰러웠던 것은 기존의 힙합 문화와 달라서 배척당하는 부분이었다. 그는 레이블 입단에 계속 실패했다.  

 

칸예는 라커펠라 레이블 출신이다. 라커펠라는 제이지(Jay-Z)라는 래퍼가 세운 회사다. 힙합계의 대기업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SM, JYP, YG 엔터 급이다. 칸예가 이 회사에 들어가는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이곳을 포함한 엄청 많은 레이블에 접촉하다가 엎어진다. 회사 측에서 그를 받아주지 않았다. 그러다 결국 갖은 노력 끝에 겨우 라커펠라에 입단하게 된다. 그런데 들어가서도 문제였다. 아티스트로 계약했음에도 프로듀서로서만 취급받았다. 칸예는 처음에 프로듀서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지만 이보다는 간절히 래퍼, 아티스트가 되고 싶었다. 회사는 칸예와 아티스트로 계약했음에도 랩 말고 비트만 찾았다. 앨범을 내줄 생각은 없어 보였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당시 힙합은 지금보다도 더 거리의 음악이었다. 흙수저 배경이 자격조건이었다. 소위 감옥 한번 다녀와야 래퍼로 쳐주는 곳이었다. 빈민층 게토, 갱스터 정서만이 가득했다. 라커펠라 대표인 대임대시는 칸예에 대해 말하는 인터뷰에서 “그는 세상에 불만이 전혀 없어요.”라고 말했다. 총을 맞지 않고 20살에 살아 있음을 감사하는 다른 갱스터 래퍼에 비해 표현할 수 있는 흙수저 경험이 적음을 뜻한다. 게다가 거리에서 인생을 배운 많은 래퍼들과 달리 칸예는 학교에서 배운 사람이었다. 중퇴하기는 했지만 대학생이었으며 칸예의 엄마는 대학교수였다. 그는 배고픈 갱스터가 아니라 등 따시고 배부른 중산층이었다. 게토 정서에 부합한 노래를 만들 수 없는 신분이었다.

 

칸예가 시카고 출신이었다는 점도 배척당한 이유 중 하나다. 힙합은 지역색이 강한 음악이다. 동부/서부/남부는 지역별로 음악 색깔이 전혀 다르다. 블라인드 테스트를 할 필요도 없다. 래퍼들은 각자 지역에 자부심도 있다. 동부와 서부 출신 래퍼들이 서로 디스 하다가 총살당한 사건도 있을 정도다. 뉴욕, LA, 마이애미 출신들이 대세였는데 여기에 시카고 출신은 없었다. 넷플릭스 다큐에서는 "시카고 사람 중에 뜬 사람 없잖아."라고 대놓고 비하하는 대사도 나온다. 스카이 출신이 장악하는 사시에 고졸이 도전하는 격이었다.

 

AA-BABRwYz43KMx2cPk1WAhcKCM.png (1440×600) 

 

결국 주류 입장에서 칸예는 힙합을 할 수 있는 자격이 부족한 사람이었다. 주류와 다른 백그라운드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계속 주류에 편입되는 것에 실패했다. 힙합은 가사에 자기 이야기를 해야 하는 음악이고 빈민층은 빈민층의 얘기를, 중산층은 중산층의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 중산층의 이야기는 먹히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그래서 주류는 칸예를 자기들과 다른 사람이라고 규정하고 비트만 이용하려고만 했던 것이다. 그러나 칸예는 간절히 래퍼가 되고 싶었다. 스스로 나만큼 이 일에 진지한 사람이 없다고 말하며 어느 누구보다 음악에 진심이라고 수차례 말할 정도였다. 그는 걸어 다니면서까지도 그래미 스피치를 연습했다.

 

모두 칸예를 껴주지 않았지만 그는 포기할 줄 몰랐다. 기회를 주지 않으니 스스로 기회를 만들어 나갔다. 스스로 인터뷰도 잡아서 방송에 나갔다. 랩을 할 기회를 찾아다녔다. 동료 콘서트 무대에서도 랩을 하고, 무대 뒤에서까지도 랩을 열창했다. 넷플릭스 다큐 중 대기실에서 랩을 하는 그의 눈에서 불이 나오고 있다. 뉴욕에서도 숱한 거절을 당하고 고향에서도 외면당했다. 그럼에도 자신의 앨범을 위해 래퍼들에게 피처링을 부탁하러 백방으로 돌아다녔다. 자기를 어필하려고 라커펠라 사무실에 가서까지 랩을 했다. 심지어 음악과 아무 상관이 없는 비서 앞에서도 랩을 해서 비서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당시 하늘이 칸예 편이 아니었던 것 같다. 교통사고로 죽을 뻔한 위기까지 겪는다. 턱이 몇 조각으로 부러졌음에도 와이어를 박고 랩을 연습했다. 그는 프렌치프라이도 씹기 힘들어 치즈를 듬뿍 올려 눅눅하게 만들어야만 먹을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수술까지 미루며 앨범 준비를 했다. 직장인으로 치면 손가락 하나하나에 깁스를 하고도 일한 셈이다. 그리고는 'Through the wire'라는 노래에 자신의 이야기를 담았다. 자비 4000만 원을 들여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도 제작했다. 자신을 향한 믿음이 대단했던 그는 남의 믿음까지 얻으려 고군분투했다.

 

온 우주가 방해했음에도 노력한 결과 칸예는 라커펠라의 마음을 살 수 있었다. 프로필 촬영 예산도 주지 않았던 회사에서 앨범 제작 예산을 따내 첫 번째 앨범을 발매했다. 결과는 모두 알고 있듯 메가 히트급 성공이었다. 더 놀라운 점은 그의 첫 번째 앨범 칼리지 드롭아웃(College Dropout)의 영향으로 힙합 문화 자체가 바뀌었다는 점이다. 그동안 갱스터 위주의 힙합에 공감할 수 없었던 새로운 소비자층을 끌어들였다. 험하게 살지도 않고 그렇게 부자도 아닌 중산층도 힙합을 즐길 수 있게 됐다. 힙합에 새로운 장르가 생긴 셈이다.

 

칸예는 기존 질서에 편입될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을 부수기 위해 더욱 열심히 노력했다. 그리고 성공했다. 어떤 장르에도 편입될 수 없던 그는 자신만의 장르를 만들어 버렸다. 없던 장르를 만들어내는 과정은 불가능해 보이고 무척 지난했다. 비굴하기까지 했다. 칸예는 이 모든 것을 무릅쓰고 성공하면 기존 질서에 따라 성공한 것보다 더 큰 성공과 성취감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세상에는 기존 질서에 순응하며 잘 살고 싶은 사람들도 많다. 이는 잘못된 것도 아니지만 정답도 아니다. 이 질서가 불편하고 나와 안 맞으며 이것이 심지어 틀렸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 수 있다. 이들은 기존 질서에 적응하기 힘들 것이다. 이것을 많은 사람들은 실패라고 부른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큰 성공의 기회와 잠재력임을 칸예는 보여줬다. 계속되는 실패는 새로운 장르가 되어 더 큰 성공을 할 수 있는 씨앗이다. 그러나 가만히 있는다고 성공할 수 없다. 칸예처럼 노력해야 한다. 그처럼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것을 밀고 나가면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키며 메가 히트를 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기존에 역행하는 것이고 처음 가는 길이기에 평균적인 노력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이것은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힘든 과정일 것이다. 이 고난을 지나면 남들과 다른만큼 훨씬 더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칸예는 당신이라는 장르를 만들라고 말한다.

 

 <Through the wire> -Kanye West

 

Through the fire, to the limit, to the wall

불길을 뚫고, 끝까지, 벽에 부딪칠 때까지

 

For a chance to be with you,

너와 함께 있기 위해서

 

I'd gladly risk it all

어떤 위험이라도 무릅쓰겠어

 

Through the fire, through whatever come what may

불길을 뚫고, 무엇이 내게 다가오든

 

For a chance at loving you, I'd take it all away

널 사랑할 수 있다면, 모두 다 버리겠어

 

Right down through the wire, even through the fire

바로 이 철사를 뚫고, 불길을 뚫고서라도

 

(중략)

 

What if somebody from the Chi' that was ill got a deal

만약 시카고에서 온 어떤 멋진 놈이 계약을 한 뒤

 

On the hottest rap label around?

가장 핫한 레이블과 함께한다면?

 

But he wasn't talkin' 'bout coke and birds

근데 약이랑 여자 얘기는 안 하면서

 

It's more like spoken word, 'cept he's really puttin' it down?

자기 삶 얘기만 하는 놈, 물론 랩은 제대로 하는 애인 거야

 

And he explained the story 'bout how Blacks came from glory

걔가 막 설명하는 거지, 어떻게 흑인들이 영광을 쥐었는지

 

And what we need to do in the game

또, 지금 씬에 필요한 게 무엇인지에 관해

 

Good dude, bad night, right place, wrong time

좋은 놈, 끔찍했던 밤, 알맞은 장소, 옳지 않았던 시간

 

In the blink of a eye, his whole life changed

눈 깜짝한 순간, 그의 삶은 완전히 뒤바뀌었네

 

If y'all could feel how my face felt

내 얼굴이 어떻게 부서졌는지, 그 기분 안다면

 

You would know how Mase felt

Mase가 왜 신께 기댔는지도 알 텐데

 

Thank God I ain't too cool for the safe belt

신께 감사해, 안전벨트 무시할 정도로 쿨하진 않았음에

 

My dawgs couldn't tell if I…

내 친구들은 내 얼굴을 보고 놀라

 

I looked like Tom Cruise on Vanilla Sky, it was televised

‘Vanilla Sky’ 나온 Tom Cruise처럼 박살 났으니까, 방송도 탔으니까

 

It's been an accident like GEICO

GEICO 같은 보험 회사가 좋아할 사고

 

Y'all thought I was burnt up like Pepsi did Michael

내가 타버린 줄 알았을 거야, Pepsi가 Michael Jackson에게 저지른 일처럼

 

I must got a angel, ‘cause look how death missed his ass

천사가 도왔음이 분명해, 죽음만은 피할 수 있었음에

(중략)

 

But I'm a champion, so we turned tragedy to triumph

하지만 난 챔피언, 그러니 비극을 승리로 바꾸지

 

Make music that's fire, spit my soul through the wire

화끈한 음악을 만들고, 철심을 뚫고 내 영혼을 뱉어

  • #직장인
  • #장르
  • #직장생활
  • #힙합
  • #리더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