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네이버와 컬리, 이번엔 살짝 기대가 되는 건

2025.09.12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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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눈에 보는 핵심요약
  • 위험을 감수하고 승부수를 던졌기에, 분명 임팩트를 주긴 줄 겁니다

 

design by 슝슝 (w/ChatGPT)

 

아래 글은 2025년 09월 10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전체 뉴스레터를 보시려면 옆의 링크를 클릭하시면 됩니다. [ 뉴스레터 보러 가기]

보여줄게 완전히 달라진 제휴

네이버와 컬리가 손잡았습니다.  9월 4일 문을 연 ‘컬리N마트’가 그 주인공 인데요. 오래간만에 등장한 굵직한 제휴 소식에 업계가 술렁였습니다.

다만 기대와 함께 우려도 있었습니다. 네이버가 그동안 신세계, CJ 등 여러 유통·제조 기업과 손잡았지만, 성과가 뚜렷하지 않았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죠. 실제로 지난 9일 열린 네이버 커머스 밋업에서도 유사한 질문이 나오기도 했는데요. 이에 대해 네이버 이윤숙 본부장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시장에 반향을 일으킬 정도로 임팩트를 주기 위해 당시 했던 (신세계와의) 제휴와는 좀 다르게 했습니다."
_이윤숙 네이버 쇼핑사업 부문장

공식 석상에서 이렇게 자신감 있는 발언이 나온 건, 이번 제휴가 이전과는 분명히 다르다는 신호일 겁니다.   과거엔 이를 의심스럽게 바라보았던 저  역시 이번에는 ‘정말 달라질 수도 있겠다’는 기대가 들었는데요. 그렇다면 과연 이번 제휴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왜 이전과는 다른지 하나씩 짚어보려 합니다.


네이버가 얻는 것 = 멤버십

처음 컬리 입점 소식이 나왔을 때 반응은 의외로 잠잠했습니다. 알려진 내용이 “컬리가 네이버에서 상품을 판다” 수준이었거든요. 사실 네이버는 이미 국내에서 가장 많은 상품을 보유한 플랫폼입니다. 쿠팡조차 네이버 쇼핑 가격비교에 입점해 있을 정도니, 단순히 컬리 상품이 추가되는 것만으로는 차별성이 크지 않았던 겁니다.

네이버가 진짜 필요로 한 건 ‘상품’이 아니라 ‘멤버십 경쟁력’이었습니다.  최대 경쟁자인 쿠팡과의 승부처는 결국 ‘쇼핑의 첫 시작점’을 누가 차지하느냐인데요. 과거엔 네이버가 가격비교 덕분에 이 위치를 지켰지만, 쿠팡은 로켓배송과 와우 멤버십으로 이를 흔들었습니다. 유료 멤버십에 가입한 순간, 고객은 네이버 검색창 대신 쿠팡 앱을 여는 습관을 들이게 된 것이죠.

네이버도 이에 맞서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을 키우고, 부족하다고 지적받던 배송 경쟁력은 N배송으로 보완해 왔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뭔가 부족했습니다. 멤버십의 무게 중심을 잡아줄 ‘킬러 셀러’가 없었던 겁니다

그 빈틈을 채워줄 카드가 바로 컬리입니다. 구매 빈도가 높은 식품을 중심으로 검증된 상품력을 갖추고, 자체 새벽배송까지 가능하면서 합배송까지 가능합니다. 이는  이번 제휴의 성패가 결국 “컬리가 단순 입점을 넘어 네이버플러스 멤버십과 제대로 연결되느냐”에 달려 있었던 이유 이기도 합니다.

네이버는 그간 지적되어 온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의 약점을 이번 제휴를 통해 상당수 극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컬리가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회원에게 자사 ‘컬리멤버스’와 동일한 수준의 혜택을 제공하기로 한 겁니다.  대표적으로 2만 원 이상 구매 시 무료배송이 포함됐죠.

이는 그간 없었던 파격적 결합입니다. 네이버는 이를 통해 쿠팡 못지않은 장보기 혜택을 내세울 수 있게 됐고, 멤버십 경쟁에서도 확실한 무기를 손에 쥐게 됐습니다. 네이버가 “이번 제휴는 이전과 다르다”라고 강조한 건 허언이 아니었던 셈입니다.


컬리가 얻는 것 = 물류 효율

그렇다면 컬리는 왜 이번처럼 핵심을 내주는 제휴를 택했을까요? 사실 많은 기업들이 네이버와의 긴밀한 협력을 꺼렸던 이유는 분명했습니다. 네이버에 흡수될 위험 때문이죠. 컬리도 이번 제휴로 상품은 더 팔릴 수 있어도, 기존 컬리멤버스 회원이 이탈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네이버 판매 수수료까지 내야 하니, 자칫하면 매출은 늘어도 수익성은 떨어질 수도 있었고요.

그럼에도 컬리가 과감한 결정을 내린 건 지금은 ‘수익성’보다 ‘물량 확대’가 더 시급하기 때문입니다.  수수료를 조금 더 내더라도 물량이 늘면, 이미 투자한 물류 인프라가 제대로 돌아가고 그 과정에서 오히려 수익성도 개선될 수 있다는 계산이 있던 거죠.

양사를 대표해서 나온 연사들이 서로의 브랜드 컬러 옷을 입었다는 점에서 이번 제휴의 디테일함이 잘 드러났습니다

이번 제휴가 컬리에게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지는, 김슬아 대표가 직접 네이버 커머스 밋업 무대에 올랐다는 점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특히 초록색 의상을 입고 등장한 것 역시 매우 상징적이었는데요. 기자가 던진 파트너십에 기대하는 바에 대한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습니다.

" (컬리와 네이버의 제휴가) 초기다 보니 얼마나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투자된 것을 생각하면 무조건 잘 되게 만들어야 합니다. 컬리의 물류센터가 커져 나가고 배송차가 꽉꽉 차서 더 투자할 수 있는 스테이지까지 빠르게 도달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_김슬아 컬리 대표

이처럼 컬리에게 물류는 단순한 효율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입니다. 쿠팡이 속도를 내며 앞서 나가는 상황에서, 컬리는 물류센터 가동률을 끌어올려야만 추가 투자가 가능하고 경쟁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제휴가 그 해법이 될 수 있다는 판단한 거죠.

더 흥미로운 건 이번 제휴가 ‘컬리N마트’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자회사 컬리 넥스트마일이 네이버 풀필먼트에도 합류했는데요.  만약 컬리 상품뿐 아니라 다른 네이버 판매자의 물량까지 소화하게 된다면, 물류 효율 개선 속도는 훨씬 더 빨라질 수 있습니다.

앞으로 컬리의 전략은 안팎으로 나뉠 겁니다. 안으로는 기존 고객의 지출을 늘리고 카테고리를 확장해 의존도를 높이고, 밖으로는 네이버를 통해 신규 고객을 빠르게 흡수하려고 할 텐데요. 이번에 컬리N마트를 위해 5천여 종의 상품을 별도로 소싱한 것도, 네이버 고객을 공략하면서 기존 컬리 고객과의 경계를 지키려는 의도가 담겨 있죠.

이처럼 컬리는 다시 성장 엔진을 가동하려 하고 있습니다. 충성 고객은 더 단단히, 신규 고객은 더 폭넓게. 이번 제휴를 통해 성장과 수익,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것이 컬리의 본심일 겁니다.


결국 매출이 잘 나와야 합니다

다만 이러한 네이버와 컬리의 노림 수들이 모두 통하려면 결국 컬리N마트의 흥행이 필수입니다.  네이버가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생태계를 더 단단히 만들려면, 또 컬리가 물류 효율을 높이려면 결국 주문이 폭발적으로 나와야 하거든요.   그래야 네이버는 멤버십 경쟁에서 힘을 얻고, 컬리는 물동량을 확보해 물류센터를 풀가동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두 회사가 서로의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강력한 결합을 택한 건 주목할 만합니다. 잃을 걸 감안하더라도 ‘판을 바꿀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죠. 큰 승부수를 던져야만 유의미한 반전을 만들어낼 기회가 생기니까요.

이제 결과는 숫자가 말해줄 겁니다. 올해 4분기 실적이 공개되는 시점이면, 네이버가 멤버십과 거래액 모두에서 성과를 냈는지, 컬리가 물류 효율을 기반으로 수익 반전을 이뤄냈는지가 확인될 건데요. 저도 그때 다시 이번에 던진 승부수가 어떤 결과를 가져왔을지 다시 한번 소식 전해 드리겠습니다.

트렌드라이트는 국내 최대 규모의 커머스 버티컬 뉴스레터로, '사고파는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매주 수요일 아침, 가장 신선한 트렌드를 선별하여, 업계 전문가의 실질적인 인사이트와 함께 메일함으로 전해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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