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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2025년 07월 09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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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마켓'의 원조를 찾아갔습니다
지난 4월, 마뗑킴 취재차 도쿄 출장을 앞두고 견학할 만한 매장을 추천받았을 때, 가장 먼저 등장한 이름 중 하나가 ‘마이바스켓’이었습니다. 다이소, 세븐일레븐, 돈키호테처럼 익숙한 브랜드들을 제치고 나온 낯선 이름이었죠. 하지만 사전 조사를 마친 뒤, 왜 이곳이 추천됐는지 바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근래 들어 한국에서도 ‘편의마켓’이라는 새로운 유통 트렌드가 주목받고 있죠. 이는 편의점과 슈퍼마켓의 중간 형태로, 장보기가 가능한 상품 구성은 유지하면서도 점포 규모를 줄여 접근성을 높인 모델인데요. 일본에서 이 개념을 가장 먼저 구현해 낸 곳이 바로 마이바스켓이었던 겁니다.
편의마켓은 슈퍼처럼 다양한 상품을 갖추되, 면적을 줄여 동네 곳곳에 쉽게 들어설 수 있는 포맷입니다. 한국에서는 GS더프레시가 이 모델을 가장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사례로 꼽히는데요. 기존 슈퍼마켓이 1~200평 규모였던 것에 비해, GS더프레시는 약 70평 매장을 표준화하며 초기 투자 비용을 3~40억 원에서 5억 원 수준까지 낮췄습니다. 이 전략을 통해 가맹점을 빠르게 확보하고 매장 수를 늘릴 수 있었고요.
그런데 마이바스켓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습니다. GS더프레시가 가맹을 기반으로 확장했다면, 마이바스켓은 모든 매장을 직영으로 운영한 겁니다. 마치 한국에서 스타벅스가 선택한 전략처럼요.
출점 낭비? 현명한 선택이었습니다
이처럼 마이바스켓은 스타벅스와 비슷한 면모가 많았습니다. 스타벅스는 국내 진출 당시 주요 상권에 매장을 연 뒤 그 주변에 촘촘히 추가 출점을 하는 전략을 취했습니다. 일각에선 ‘출점 낭비’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지만요. 하지만 이를 통해 초기 브랜드 존재감을 키워 현재 1위 커피 프랜차이즈가 될 수 있었죠.
이는 사실 가맹점 모델에서 불가능한 전략입니다. 바로 근처에 같은 브랜드 매장이 생기는 걸 반길 가맹점주는 그 어디에도 없을 테니까요. 더욱이 국내에는 출점 제한이 있었는데 이 또한 피해 갈 수 있었는데, 전체 직영점으로 운영한 덕분에 선택할 수 있던 전략들이었죠.
마이바스켓도 이와 비슷했습니다. 일례로 일본에 머무른 숙소 근처에만 3개가 있을 정도로 거의 편의점 수준의 밀집도를 자랑하고 있었는데요. 지역적으로도 론칭 초기부터 지금까지 도쿄 및 수도권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무리 소형 슈퍼마켓이라도 배후 고객은 분명 편의점보다 많이 필요할 거란 걸 감안하면 이러한 출점 전략은 약간 이해가 안 되긴 합니다. 점포 간 카니발리제이션이 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마이바스켓은 자신이 았었습니다. 개별 매장 매출은 부침이 있을 수 있었도, 이렇게 하다 보면 전체 브랜드 관점에선 고객들이 매장을 계속 찾게 될 거라는 확신이 있었던 겁니다. 하나의 점포를 잘 만들기보다는 최소 해당 권역, 전체 브랜드 매출에 집중했던 거죠. 심지어 운영까지도 한 명의 매니저가 여러 점포를 동시에 관리하도록 했다고 하고요.
또한 동시에 직영이 되면서 고객 경험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대략 대여섯 개의 점포를 둘러보며 마이바스켓을 깊게 이해해 보려 했는데요. 작은 매장 크기에도 마이바스켓이 슈퍼마켓처럼 느껴지게 만든 건 크게 세 가지 상품군이었습니다. 채소, 청과, 정육 등의 신선식품, 반찬 등의 델리제품류, 그리고 편의점 대비 훨씬 많은 종류의 냉동식품류였는데요. 일단 이들의 재고 관리는 너무 어려운 일입니다. 매장이 작기에 너무 많이 들여놓을 수 없고, 결품이 많아지면 장을 보러 온 고객들이 실망하고 돌아갈 수도 있죠. 하지만 마이바스켓은 이를 직접 관리하고 진열하며 해결해 냅니다.

그렇다면 돈은 어떻게 벌 까요? 우선 마이바스켓은 매장 수가 늘어날수록 이익이 나는 구조입니다. 매장 밀집도가 올라가면, 상품 물류 효율이 좋아지는 건 물론이고, 매장 관리도 쉬워지기 때문이죠.
동시에 개별 매장당 손익을 위해 가격대는 조금 높게 설정했다고 합니다. 어차피 경쟁자가 마트가 아닌 편의점이라 일부 가격이 높아도 고객들은 찾아왔고요. 대신에 박리다매 형태로 안 팔아도 되다 보니, 매장은 더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모기업이자 대형마트를 운영하는 이온의 PB 톱밸류를 들여온 것도 좋은 전략이었는데요. 이는 일단 그 자체로 차별화 상품 역할을 해준 것은 물론, 비중이 늘어나면 이익에도 좋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실제로 마이바스켓은 앞으로 이를 더욱 키워갈 거라 밝히기도 했고요.
그룹 전체가 원팀으로 움직입니다
무엇보다 마이바스켓의 모기업, 이온의 영향력은 상품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마이바스켓에서도 이온 멤버십 혜택이 그대로 적용되고, 전사 차원의 프로모션도 정기적으로 함께 진행되더라고요. 매장 하나하나가 따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그룹 전체가 같은 방향을 보고 움직인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더욱이 온라인 확장도 적극적이었습니다. 거의 모든 매장이 우버이츠와 제휴해 식료품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는데요. 개별 매장 입장에선 매출이 줄어들 수 있는 구조지만, 마이바스켓은 오히려 이걸 과감히 선택하고 빠르게 실행에 옮겼습니다. 결과적으로는 더 큰 성장을 위한 발판이 되고 있고요.
반면 많은 유통 기업들이 환경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건, 내부 이해관계 때문이었습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본사와 가맹점, 슈퍼마켓과 할인점 사이에 충돌이 잦다 보니, 변화는 늘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였죠. 결국 변화에 실패한 기업들은 점점 시장에서 자리를 잃어갔고요.
마이바스켓은 직영 중심 모델로 이 구조적인 문제를 정면 돌파했습니다. 그 결과 2025년 4월 기준 매장 수는 1,200개를 돌파했고, 지금 같은 흐름이라면 앞으로도 안정적인 성장이 기대됩니다.
결국 마이바스켓과 국내 유통사들의 가장 큰 차이는 ‘조직이 한 방향으로 움직이느냐’에 있습니다. 최근 국내 기업들도 사업부 통합 등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는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남아 있죠. 마이바스켓처럼 진짜 변화를 만들고 싶다면, 결국 회사 전체가 ‘원팀’이 되는 구조를 갖춰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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