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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명을 데려오기 위해 20조를 지불한 메타

이재훈

2025.06.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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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세줄요약!

1. 메타가 스케일AI 지분 49%를 20조 원에 인수하고, 왕 CEO를 영입했어요.
2. 한쪽에선 수조 원을 들여 인재를 영입하고, 다른 쪽에선 수만 명이 조용히 해고되고 있어요.
3. AI 시대의 양극화, 그리고 우리가 준비해야 할 역량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봐야 해요.

 


 

28살 영입에 20조를?

AI 업계에서 인재 영입 전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꼭 필요한 인재라고 생각되면 억대 연봉은 기본이고, 스타트업에서는 파격적인 스톡옵션과 복지 혜택까지 더하며 인재 영입에 사활을 겁니다. 최근 메타가 AI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벌이는 행보는 이 전쟁이 얼마나 치열한지 상징적으로 보여주는데요. 무려 한 명의 인재 영입을 위해 한화로 약 2조 원(143억 달러)을 투자한 것입니다.

 

출처 : REUTERS


물론 온전히 1명에게 이 금액을 쓴 것은 아닙니다. 메타는 데이터 라벨링 스타트업 스케일AI(Scale AI)의 지분 49%를 143억 달러에 인수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창업자이자 CEO인 알렉산더 왕을 자사의 슈퍼인텔리전스(Superintelligence) 연구 부서로 합류시키는 조건을 걸었습니다.

이러한 거래는 흔히 '어크하이어(Acq-hire)'라고 불립니다. '인수(Acquire)'와 '채용(Hire)'의 합성어로, 제품이나 기술보다 사람이 인수의 핵심 목적인 경우를 뜻합니다. 메타 역시 스케일 AI에 거액을 들인 배경은 무엇보다 왕 CEO라는 인재를 확보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알렉산더 왕이 누구길래?

MIT에 재학 중이던 알렉산더 왕은 AI 프로젝트를 통해 그는 하나의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바로, AI 모델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교하고 세밀한 데이터 주석(라벨링)이 필수라는 점입니다. AI 기술 발전을 가로막는 병목이 바로 이 '고품질 데이터 라벨링' 문제라는 판단 아래, 그는 과감히 MIT 학위를 포기하고 창업의 길로 들어섭니다. 

당시만 해도 AI가 지금처럼 대중적인 기술이 아니었지만, 왕은 이미 AI의 잠재력을 꿰뚫는 안목을 가지고 있었고, 더 나아가 그 발전을 가로막는 핵심 문제까지 정확히 짚어냈습니다. 이후 OpenAI, 마이크로소프트, 정부기관에 이르기까지 AI 학습 데이터를 공급하며 빠르게 성장하게 되는데요. 2021년에는 세계 최연소 '셀프 메이드 억만장자(24세)'라는 타이틀까지 얻게 됩니다. 


출처 : 알렉산더 왕 X


이후 생성형 AI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스케일AI는 거침없는 성장을 이어갔고, 최근에는 글로벌 정세에까지 영향력을 미치기 시작했습니다. AI를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국가 전략의 핵심'으로 인식하며, 2025년 1월 워싱턴 포스트에 "America must win the AI WAR"는 전면 광고를 게재하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개서한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기술과 철학, 그리고 경영과 국가 전략을 아우르는 보기 드문 인물. 메타가 탐이 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발등에 불 떨어진 메타

최근 메타는 왕 CEO 뿐만 아니라 OpenAI의 핵심 연구진까지 연달아 영입하며 공격적인 인재 확보에 나서고 있습니다. GPT-4 개발에 기여한 연구원 3명을 포함해 총 7명의 전·현직 OpenAI 엔지니어들이 메타로 자리를 옮겼는데요. 일각에서는 메타가 이들을 데려오기 위해 최대 1억 달러 규모의 인센티브를 제안했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저커버그는 과장된 수치라고 해명했지만, 과열된 인재 영입 경쟁 상황을 고려하면 충분히 현실적인 수치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입니다. 

메타의 이러한 움직임은 AI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생성형 AI 초기시절부터 메타는 LLaMA 시리즈를 중심으로 오픈소스 생태계 구축에 공을 들여왔고, 실제로 일부 기술 커뮤니티에서는 메타의 접근 방식을 '가장 민주적인 AI 전략'으로 평가하기도 합니다. 이는 분명 의미 있는 성과이지만, 기대만큼의 파급력을 만들어내지는 못했습니다. 

 
출처 : Poe


이와 동시에 ChatGPT나 Claude, Gemini 등 경쟁사의 생태계가 빠르게 확장되면서 메타의 존재감은 상대적으로 희미해지고 있는데요. 여기에 AGI(범용인공지능)의 등장이 과거 예상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더해지면서, 더 이상 관망할 수만은 없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결국, 거액을 들인 인재 영입은 분위기 반전을 위한 불가피한 승부수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깊어지는 양극화

한쪽에서는 수십 조 원이 오가는 '슈퍼 인재' 영입 전쟁이 벌어지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수천 명 규모의 감원이 조용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전 세계 테크 업계에서는 약 15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올해 상반기에도 마이크로소프트 6,000명, 메타 3,600명, 세일즈포스 1,000명 등 총 6만 명 이상이 감원됐습니다. 


출처 : layoffs.fyi

 
문제는 이러한 흐름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입니다. 생성형 AI와 에이전트 기술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직접 기술을 개발하지 않는 부서나 역할은 점점 축소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마존의 CEO 앤디 제시는 향후 몇 년 내 AI 도입으로 전체 직원 수가 감소할 것이라 예고했고, 메타 역시 VR·AR 사업부인 리얼리티랩스의 구조조정 배경으로 'AI 신기술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비용 재편'을 들었습니다.

 

미래 노동의 가치

AI 기술이 조직과 산업 구조를 빠르게 바꾸어가는 지금, 우리는 다시 한번 미래의 노동 가치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앞으로는 단순히 단순히 많은 정보를 외우거나 정해진 업무를 빠르게 처리하는 사람보다, 창의적인 사고로 문제를 새롭게 정의하고, AI를 협력자이자 도구로 삼아 복잡한 문제를 통합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더욱 주목받게 될 것입니다.
 

생성 : ChatGPT-4o


특히 생성형 AI와 에이전트 기술이 일상화되는 시대에는 'AI와 함께 일할 수 있는 능력' 그 자체가 경쟁력이 됩니다. 에이전트를 이해하고, 구성하고, 통제하며, 목적에 맞게 협업할 수 있는 사람. 즉, 기술을 직접 개발하는 엔지니어뿐만 아니라, AI를 조율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리더형·관리형 인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입니다. 

메타의 이번 사례는 이러한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리고 기회는 늘 준비된 사람에게 먼저 찾아옵니다. AI 전환기에 우리가 진정으로 준비해야 할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기술을 바라보는 관점과 태도일지도 모릅니다. 
 


*위 글은 '테크잇슈'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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