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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권고사직' 당근, 정말 위기일까요?

기묘한

2025.06.05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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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2025년 06월 04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전체 뉴스레터를 보시려면 옆의 링크를 클릭하시면 됩니다. [뉴스레터 보러 가기]


결론부터 말하면 아닙니다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을 운영하는 당근마켓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권고사직에 나섰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일부 임직원에게 무기한 휴직을 제안하는, 사실상 권고사직을 진행 중이라는 건데요. 특히 비개발 직군을 중심으로 현재 두 자릿수 규모의 임직원이 휴직 또는 퇴사 상태라고 합니다.

이를 단독으로 보도한 기사에선 당근이 위기에 처했다고 분석합니다. 당근의 누적 가입자 수는 올해 3월 기준 4,300만 명에 이르며 성장 한계에 도달했고, 수익 모델이 내수 시장, 그중에서도 광고 사업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이었죠. 이를 극복하고자 적극적인 글로벌 진출을 추진 중이지만,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거고요.

하지만 여러 지표를 통해 살펴본 당근의 상황은 여전히 양호했습니다. 해부터 분기 공시를 시작한 당근은 별도 기준 1분기 영업이익이 16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7.8% 성장했고, 연결 기준으로도 60억 원을 달성하며 151.3%나 증가했습니다. 별도 기준 매출도 38.4% 증가했으니, 성장성과 수익성 모두 좋은 상황이죠.

내부 구성원들의 동요도 비교적 크지 않았습니다. 블라인드에서 당근마켓 임직원들은 권고사직 소식을 처음 접했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고, 타 기업 직원들도 일반적인 저성과자 정리 수준으로 보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혁신의숲이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초 퇴사자가 많긴 했지만 전체 인원은 계속 늘고 있으며, 여전히 채용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기도 한데요. 즉 여러 정성·정량 지표를 볼 때 당근이 현재 심각한 위기라 보기는 어렵습니다.


위기의식은 분명 있을 겁니다
다만 당근이 일부 인력 정리에 나선 건 사실일 확률이 큽니다. 다만 그렇다고 이것이 심각한 위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닌 거죠. 그렇다면 왜 지금 당근은 내부 정비를 시작한 걸까요? 아마도 일부 선행 지표에서 불안감을 느꼈기 때문일 것으로 조심스레 추측됩니다.

사실 당근의 성장 정체에 대한 우려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당근의 사용자 수를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는 엔데믹 이후 1,700만 명대에서 장기간 정체 상태였습니다. 사용자 증가가 더디다 보니 당근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었고,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도 이에 관한 직접적인 질문이 나오기도 했죠. 당시 당근 황도연 대표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MAU 성장이 정체된 건 맞지만, 대신 당근 사용자들의 서비스 이용률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 그래서 당근은 MAU보다 DAU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사용자가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크로스 액티베이션을 더 중요하게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_당근마켓 황도연 대표

이처럼 현재 당근에게 중요한 것은 MAU보다 DAU, 더 구체적으로는 사용 시간입니다. 당근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광고 사업은 기본적으로 사용자의 체류 시간에 따라 경쟁력이 결정되기 때문이죠.

사용자 규모가 성장하는 건 긍정적이지만, 사용성 확대가 정체된 건 매우 부정적인 시그널입니다


그런데 올해 들어 DAU는 물론, 정체되었던 MAU마저 증가하는 반면, 사용 시간 성장세는 오히려 더딥니다. 인당 사용 시간은 오히려 전년 대비 하락했죠. 신규 사용자 유입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일 수도 있지만요. 추가적인 사용자 규모 성장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사용성까지 정체되는 건 분명 위협적인 신호입니다.

당근의 중장기 목표는 10조 원의 기업 가치로 상장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선 최소 연간 영업이익이 2~3,000억 원 수준까지 올라가야 한다고 하죠. 하지만 이런 목표에 도달하려면 결국 해외 시장에서 성과를 내야 합니다. 문제는 글로벌 성과가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고, 투자도 계속 늘어난다는 점입니다. 국내 사업이 이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해야 하는데, 성장 여력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니 선제적인 조직 슬림화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글로벌에서 터져야 합니다
최근 당근처럼 객관적인 위기가 아닌 상황에서도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기업들을 더 찾아볼 수 있는데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무신사입니다. 무신사는 작년 실적이 양호했음에도 지난 4월 비상경영을 선언했고, 올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6%, 24.0% 증가했음에도 여전히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죠.

이러한 무신사의 움직임은 엔데믹 이후 급격히 찾아온 불경기와 고금리 환경 속에서, 미리 대비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간 성과 격차가 극명해진 것을 경험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또한 당근과 마찬가지로 이미 국내 시장에서 1위 사업자가 되었지만, 내수 시장만으로는 성장의 한계를 느끼고 있다는 점도 작용했을 텐데요.

결국 과거 투자 호황기에 받았던 높은 평가를 뛰어넘으려면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과가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해외 시장의 성공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습니다. 바로 이 때문에 무신사나 당근 같은 기업들이 미리 경영 효율화에 나서며 장기전에 대비하는 것이겠죠.

이러한 기업들의 행보는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라는 표현과 꼭 맞습니다. 모처럼 움츠린 만큼 더 높이 비상할 수 있기를 바라보고요. 더불어 국내 경제도 빠르게 회복되어 기업들이 보다 공격적으로 도약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트렌드라이트는 국내 최대 규모의 커머스 버티컬 뉴스레터로, '사고파는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매주 수요일 아침, 가장 신선한 트렌드를 선별하여, 업계 전문가의 실질적인 인사이트와 함께 메일함으로 전해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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