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이런 조합이 가능하지?
문구를 취향의 언어로 풀어낸 ‘인벤타리오’ 현장을 처음 마주한 순간, 든 생각이었습니다.
코엑스 더플라츠에서 열린 ‘인벤타리오‘는 29CM와 프리미엄 문구 셀렉트숍 ‘포인트오브뷰‘가 공동 기획한 첫 문구 페어예요. ‘기록과 수집의 목록’이라는 뜻을 지닌 이름처럼, 문구의 기능을 넘어서 창작과 취향, 감도의 영역으로 문구의 범위를 확장한 실험이기도 했습니다.
전시 첫날부터 29CM 앱 검색량이 10만 건에 육박하고, 일부 협업 상품은 오픈 1시간 만에 완판! 행사장을 찾은 이들은 5일간 2만 5천 명에 달했어요. '인벤타리오'의 인기 요인은 무엇이었을까요?
1️⃣ 전시보다 큐레이션, 판매보다 경험
출처: 인스타 inventario.seoul
‘인벤타리오(Inventario)’는 스페인어로 ‘물건의 목록’을 뜻해요. 하지만 이 페어에서 관람객들이 발견한 건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기억과 감도, 취향의 조각이었습니다.
총 69개의 국내외 브랜드가 참여한 이번 문구 페어는 29CM와 포인트오브뷰가 직접 큐레이션 한 감도로 구성되어, 관람객이 ‘구경’보다는 ‘체험’과 ‘발견’을 통해 자신의 취향을 탐색할 수 있도록 설계됐어요. 대표적으로 29CM 브랜드관은 ‘취향의 문구(文具)’와 ‘취향의 문구(文句)’라는 이중 주제로 구성되었고, 관람객이 자신의 문구 취향을 진단하고 직접 인벤타리오 파일을 채워보는 경험이 마련됐습니다. 또한 포인트오브뷰의 주제관에서는 실제 창작자들의 문구 사용기를 전시하거나, 관람객이 일러스트 스탬프를 직접 조합해 인쇄하는 ‘레이어스 투게더(Layers Together)’ 체험이 특히 인기였어요. '인벤타리오'는 전시라기보단, 자신만의 책상을 재구성하는 워크숍에 가까웠습니다.
2️⃣ 문구의 재해석, 전통과 감성의 조화
출처: 인스타 oimu / point of view
이번 페어의 가장 인상 깊은 지점 중 하나는, 오랜 세월 묵묵히 문구를 만들어온 전통 브랜드와 오늘의 감도를 대표하는 디자인 브랜드가 만난 ‘인벤타리오 특별관’이었습니다.
특별관은 전통 문구 제조사인 ‘지구화학‘과 ‘화랑고무‘, 디자인 브랜드 ‘오이뮤‘의 협업 결과물을 전시하며 이목을 끌었습니다. ‘지구화학 × 키티버니포니’ 부스에서는 아기자기한 미니 색연필 세트와 드로잉북을 선보였으며, ‘화랑고무 × 오이뮤’ 부스에서는 추억의 점보 지우개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리브랜딩 한 제품들이 큰 인기를 끌었어요. 이 콜라보 제품들은 “귀여운 게 너무 많아서 기분이 좋아진다”, “소소한 체험이 오히려 재밌다”와 같은 소비자들의 긍정적인 시선을 이끌었는데요. 오늘날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실용성까지 겸비했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이 페어를 위해 제작된 협업 한정 상품 중 일부는 개장 1시간 만에 완판 되었고, 특정 브랜드의 스탬프 굿즈는 행사 중간에 조기 품절되기도 했어요. 단순한 소비를 넘어 ‘소장 욕구’를 자극하는 감도의 문구가 이번 행사의 흥행을 이끌었답니다.
3️⃣ 문구는 왜 지금 다시 주목받는가?
출처: 29CM
‘인벤타리오’는 단순한 문구 전시 이상의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왜 종이에 쓰고, 왜 꾸미는가?’
2030 세대에게 문구는 더 이상 학용품이 아닌, 영감의 도구이며 일상의 리추얼입니다. 그래서 이 전시는 판매가 아니라 ‘사용하는 즐거움’에 주목했고, 문구가 감정과 취향을 연결하는 매개가 될 수 있음을 증명했어요. 29CM는 원래부터 리빙 카테고리에 강한 감도를 지녀온 플랫폼으로 이번 문구 페어에 그러한 감각을 오프라인에서 어떻게 구현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줬고, 그 연장선에서 문구는 더 이상 덕질의 물건이 아닌 라이프스타일의 미디어로 기능하게 만들었습니다.
사전 예매제로 운영된 입장 시스템은 한정된 공간에 맞춘 전략이었지만, 높은 기대감 속에 빠르게 매진된 티켓과 부족한 안내는 일부 관람객에게 혼란을 안겼기 기도 했어요. 무엇보다 행사 첫날, 한정판 문구를 노리고 몰린 관람객들로 인해 입장 대기 시간이 길어졌고, 좁은 공간의 한계가 체감될 만큼 혼잡한 현장도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그럼에도, 관람객들의 ‘체류 시간’은 이 행사의 콘텐츠가 얼마나 강력했는지를 증명했어요. 재입장 불가한 시스템 속에서도 2~3시간을 머무르며 각자의 취향을 천천히 탐색한 이들이 많았고, SNS에는 “못 가서 아쉽다”는 글들이 이어졌다. 말 그대로, 욕심나는 전시였던 셈이죠.
아직 두 번째 인벤타리오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문구는 이 커머스 브랜드가 ‘취향을 입체적으로 큐레이션’해나가기 위한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이라는 것을요!
오늘의 소마코 콕📌
✔️ 29CM와 포인트 오브 뷰의 협업 전시 '인벤타리오'가 열렸어요.
✔️ 인벤타리오의 특별 콜라보 제품들 일부는 오픈 1시간 만에 품절되었어요.
✔️ 문구는 더 이상 덕질의 물건이 아닌 라이프스타일의 미디어로 기능하고 있어요.

EDITOR 오디
"소소하게 글을 쓰는 대학생 그리고 에디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