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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적인 투자자가 말하는 초기 스타트업 마케팅 전략

플랜브로

2024.11.0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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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절 스타트업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가졌던 시기가 있습니다. 당시 미국에서는 우버, 위워크 등의 스타트업들이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전역 후 떠난 미국 여행에서 세상에 없던 방식으로 사람들의 일상을 바꿔놓는 스타트업들을 보며 저는 확신했습니다. 

 

  • '저 창업자들은 타고난 천재들일 거야. 천재적인 아이디어와 전략으로 단번에 성장했을 거야.'

 

한편으로는 멋있었고 한편으로는 궁금했습니다. 저 사람들은 평소 어떤 업무를 할까? 도대체 어떻게 매출이 0원이던 기업들이 첫 고객을 얻고 이후 저렇게까지 크게 성장할 수 있을까? 그 천재적인 전략을 알면 나도 저렇게 멋지게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비법을 찾기 위해 구글을 뒤지던 저는 한 멋진 아저씨의 블로그 글을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아저씨의 글은 제가 가지고 있던 모든 환상을 다 깨부숩니다. 그 아저씨의 이름은 Paul graham, 블로그 글의 제목은 Do things that Don't scale (확장시킬 수 없는 일을 하라)입니다. 

 

2013년에 쓰인 이 글은 지금 다시 읽어봐도 여전히 창업자들에게 큰 깨달음을 줍니다. 오늘은 이 글 안에 있는 성공한 스타트업들의 '초기 마케팅 전략'에 대해 다뤄보겠습니다.  

 

 

*Paul graham은 미국에서 가장 성공적인 투자 회사 중 하나인 와이콤비네이터의 창업자입니다. 와이콤비네이터는 스트라이프, 에어비앤비, 드롭박스 등 다수의 성공한 기업들을 발굴해 낸 회사죠. 세계적으로 성공한 스타트업들의 초기 모습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봐 온 사람의 이야기니 충분히 들어볼 가치가 있지 않을까요? 

 

 

 

 

 

 

글 전반에서 폴 그레이엄은 '초기 스타트업의 창업자는 사업이 어느 정도 성장 궤도에 오르기까지 마케팅과 세일즈에 상당한 시간을 써야 한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마케팅과 세일즈는 사무실에 앉아서 돈을 써가며 성과 지표를 확인하는 디지털 광고, 화려한 대규모 론칭과 언론 PR, 다른 유명 기업과의 파트너십 등이 아닙니다. 

 

누군가는 고되고 하찮다고 여길 수 있는 이런 '확장 불가능한 일'들을 뜻하죠. 

 

  • 대면 세일즈
  • 고객에게 즐거운 경험을 주기 위한 모든 일 
  • 의도적으로 작은 시장의 고객에게 집착해 제품을 개선하는 일  

 

전부 지금도 충분히 먹힐 수 있는 전략들입니다. 글에 등장하는 쟁쟁한 기업들의 예시와 함께 제 생각을 간단히 더해봤습니다. 

 

 

 

1. 대면 세일즈 

 

스트라이프(2023년 기준 기업 가치 약 65조 이상)는 초기 시절 와이콤비네이터 내의 다른 스타트업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 세일즈를 했습니다.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이 '우리 서비스 한 번 써볼래?' 라며 링크를 보내주는 것에서 그칠 때, 스트라이프는 누군가가 제품을 써보겠다고 하면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럼 컴퓨터 이리 줘봐."

 

그리고 본인들의 제품을 그 자리에서 설치했습니다. 

 

다른 대부분의 기업들이 하는 것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갔다는 게 포인트입니다. 저는 요즘 대면 세일즈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스타트업을 거의 본 적이 없습니다. 대부분 콜드메일을 대량으로 보내거나 광고를 집행하며 고객이 우리 제품을 써주기를 기다리죠. 그런 것들을 '측정 가능한 세련된 방식'으로 여기면서요.  

 

고객군에 따라 반응이 다를 수 있겠지만, 올드한 방식으로 여겨지는 대면 세일즈에 무료 가치를 더해 실행한다면 훨씬 더 빠르게 고객을 전환시킬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의 핵심 고객군에게 맞는 세일즈 아이디어를 떠올려보세요! 

 

1) 오프라인 가게 사장님 고객 : 영업시간 전에 간판 거미줄을 제거해 주는 간단한 무료 서비스를 포함한 대면 세일즈를 설계하면 어떨까? 

 

2) 스타트업 종사자 고객 : 코워킹 스페이스의 협조를 구해 점심시간에 참여할 수 있는 간단한 이벤트를 마련한 후 자연스럽게 세일즈를 이어가 보면 어떨까? 

 

3) 4~7세 아이를 가진 엄마 고객 : 어린이집 주변 동네 커뮤니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봉사활동을 기획해 접점 포인트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2. 특별한 고객 경험 

 

Wufoo (2011년 서베이몽키가 약 350억에 인수)는 새로운 고객이 서비스에 가입하면 일일이 손편지를 써서 보냈습니다. 팀쿡은 우리가 맥북을 산다고 손편지를 보내주지 않습니다. 솔직히 불가능하죠. 하지만 고객의 수가 많지 않은 스타트업 창업자는 할 수 있습니다. 애플이 할 수 없는 수준의 서비스를 훨씬 작은 스타트업이 제공할 수 있다는 겁니다. 

 

초기 스타트업에게 고객을 감동시키는 것만큼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도 없습니다. 때로는 이런 행동들이 몇 천만 원의 광고비를 들여야 얻을 수 있는 트래픽(자발적인 입소문, 바이럴)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이미 성공한 기업들의 모습을 상한선으로 두고 생각하면 창의적인 시도를 하기 어렵습니다. 그들이 하지 못하는 것 중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뭔지 고민할 때 고객을 감동시킬 아이디어들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이미 대기업이 된 경쟁자들이 못하는 일들을 찾아 행동으로 옮겨보세요. 

 

1) 실제 한 패션 브랜드의 대표님은 고객의 첫 주문이 너무 감사한 나머지 본인이 직접 차를 몰고 고객의 주소로 달려가 감사 인사와 함께 제품을 전했다고 합니다. 고객 입장에서 생각하면 주문을 한 지 몇 시간 만에 CEO의 따뜻한 인사와 함께 제품을 받아보는 경험을 한 것이죠. 무신사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경험입니다.

 

2) 미국에서 웹사이트 제작 툴을 제공하는 한 창업자는 브랜드 공식 계정을 통해 초기 고객들의 비즈니스 웹사이트를 소개하면서 그들의 성공을 응원합니다. 비용을 써서 그들의 서비스를 홍보해주기도 하죠. 마케팅에 들일 시간과 자원을 신규 고객을 얻기 위해 쓰는 것이 아니라 기존 고객들의 성공을 위해 쓰는 겁니다. 이제 막 웹사이트를 만들어 사업을 키워보려는 고객 입장에서는 이 서비스가 너무 고맙지 않을까요?  

 

3) SaaS 제품의 창업자라면 초기 고객들의 온보딩 과정을 직접 나서서 도와주면 어떨까요? 아직 완벽하지도 않은 제품을 '자동화'하겠다고 작고 귀여운 데이터 숫자를 들여다보는 것보다, 채팅이나 유선 통화 등으로 고객이 우리 제품을 잘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훨씬 더 고객을 감동시킬 수 있는 일 아닐까요? 

 

 

3. 작은 규모의 고객에게 집착 

 

페이스북은 원래 하버드대 학생들만을 위한 서비스였습니다. 하버드대 학생들만을 위한 서비스에서 벗어난 뒤에도 특정 대학교 학생들을 위한 서비스로 꽤 오래 남아있었죠. 당시 마크주커버그는 각 학교별 수업 리스트를 만드는 고된 일(=반복 노가다)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면서 '이 일이 페이스북을 사용자들의 편안한 집처럼 느끼게 만들어준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시장을 좁히는 것은 그 자체로 마케팅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큰 기업들이 많은 수의 고객들을 다 만족시키느라 느슨해진 틈을 파고들어 적어도 '특정 집단에게만큼은' 최고의 가치를 제공할 수 있죠. 마케팅 채널과 메시지도 더 분명해지고요. 

 

인력과 자본이 부족한 작은 기업은 '큰 시장을 위한 가치'를 만들기 어렵습니다. 애써 만들더라도 시장에 있는 소비자들에게는 '돈을 주고 사기 아까운 어설픈 무언가'로 느껴질 가능성이 큽니다. 오히려 소수의 고객들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오로지 그들만을 위한 가치에 집중할 때 그 핵심 고객들의 마음이라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소수에게 사랑을 받으며 기업에 힘이 생기면, 그 힘을 기반으로 영역을 키워나갈 수 있습니다.  

 

 

시장을 좁히는 세 가지 접근법

 

1) 특정 상황을 더해봅니다

  • 입욕제 → 연인들이 여행지에서 쓰기 좋은 입욕제
  • 커뮤니케이션 툴 → 대학생 팀플에 최적화된 커뮤니케이션 툴  

 

 

2) 사용 시간대를 좁힙니다

  • 물 → 아침 7시에 마시기 좋은 성분으로 구성된 물 
  • 명상 앱 → 잠들기 직전에 켜놓는 명상 앱  

 

 

3) 이미 존재하는 가치를 업그레이드합니다

  • 밀키트 → 전 세계 미슐랭 셰프들과 협업해서 만든 프리미엄 밀키트 
  • 배달앱 → 15분 배송을 약속하는 식료품 배달 앱 

 

폴 그레이엄이 수치나 측정의 가치를 아예 무시하지는 않습니다. 아직 이뤄낸 성과가 극히 적은 초기 기업이 수치'만'을 가지고 모든 일의 가치를 평가하려는 태도를 경계하는 것이죠. (그런 태도를 겉멋, 게으름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빠른 결과'에 집착하다 보면 정작 중요한 것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당장 돌린 광고들의 수치를 보느라 본인들의 핵심 역량, 고객들이 느끼게 될 감정, 서비스의 병목 현상 등을 보지 못하는 것이죠. 정작 기업의 빠른 성장을 이끌어내는 요인들을 모두 방치하는 겁니다.    

 

때로는 수치를 내려놓고 깊게 생각해 보세요. 지금은 전혀 효율적이지 않아 보이고, 규모가 커지면 하기도 어려운 일이지만 '틀림없이 우리 고객들을 기쁘게 할 일'은 무엇일까요? 고객이 너무 많아져서 생길 문제들은 실제 고객이 많아진 이후에 고민하셔도 전혀 늦지 않습니다. (너무 감사하고 행복한 고민이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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