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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영이 성수역 이름을 구매한 진짜 이유는

기묘한

2024.08.16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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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2024년 08월 14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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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게 잘 사긴 했는데요
올리브영이 10억 원에 서울 지하철 2호선 성수역 이름을 구매했습니다. 올해 10월부터 향후 3년간 성수역은 '성수(CJ올리브영)역'으로 역명이 변경될 예정인데요. (※ 다만 구체적인 병기 역명은 추후 변경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 거래가 싸게 잘 이루어졌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아무래도 성수라는 지역이 가진 상징성이 높게 평가된 것이겠지요.

하지만 왜 하필 성수역일까 의아해하는 시선도 분명 있습니다. 사실 2016년부터 시작된 역명 병기 유상 판매 사업은 대부분 근처에 본사를 둔 기업들이 브랜딩 차원에서 구매하거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병원들이 활용해 왔습니다. 그런 면에서 본사가 서울역 인근에 위치한 올리브영이 성수역 이름을 구매한 것은 다소 뜬금없어 보일 수도 있습니다. 브랜드 인지도 또한 이미 충분히 높기도 하고요.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번 행보가 성수동 인근에 오픈 예정인 올리브영의 새로운 대형 매장과 관련이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올리브영 측에 문의한 결과, 현재 준비 중인 매장 오픈을 앞두고 입찰에 응모한 것은 사실이며, 역명 등 구체적인 운영 협의가 진행 중이라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올리브영이 성수역 역명 구매에 나선 숨겨진 의도에 대해 한번 추정해 보려 합니다.


결국 노리는 건 글로벌일 겁니다
아직 성수에 오픈 예정인 올리브영 새 매장에 대한 정보는 거의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성수동이 팝업스토어의 성지로 불리는 지역임을 고려할 때, 이 매장은 판매보다는 브랜딩에 초점을 둔 공간일 가능성이 큽니다. 올리브영의 모든 매장이 체험형 요소를 가지고 있긴 하지만, 주요 상권에 위치한 타운 매장들조차 브랜딩 기능은 보조적인 역할에 그칩니다. 아모레퍼시픽이 판매를 배제하고 체험에 집중한 '아모레 성수'와는 대조적인 모습이기도 한데요. 이는 올리브영이 브랜드보다는 리테일러로서의 본질에 더 집중해 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최근 올리브영은 PB(Private Brand) 브랜드 육성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뷰티를 넘어 건강 카테고리를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어 고객과의 소통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성수 대형 매장은 이러한 전략적 브랜딩의 핵심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체험 기능 등이 기존 대비 훨씬 강화된 모습일 거고요.

하지만 사실 새로운 유형의 매장을 운영하는 것만으로도 앞서 말한 목적들은 충분히 달성할 수 있습니다. 굳이 거액을 들여 역명까지 구매할 필요는 없다는 거지요. 따라서 성수역명 병기 구매는 단순한 브랜딩을 넘어, 글로벌 확장을 위한 전략적 결정일 가능성이 큽니다. 성수동은 최근 해외 관광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지역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과거 명동이 차지하던 입지를 성수가 대체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는데요. 부역명 병기 구매가 국내 인지도 제고가 아닌, 해외 관광객들에게 올리브영을 알리기 위한 전략이라면 매우 합리적인 결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성수는 외국인 관광객 수요가 가장 많은 상권으로 이미 검증된 지역입니다


특히 올리브영은 이미 글로벌 특화 매장을 옴니채널의 일환으로 활용해, 글로벌 고객을 국내 매장으로 유도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해외 관광객들이 성수를 방문하면서 자연스럽게 올리브영을 접하고, 대형 매장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면 이러한 전략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아예 새로운 매장의 이름을 역명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성수와 올리브영만이 아닙니다
성수처럼 새롭게 관광 명소로 떠오르는 지역을 선점하고,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로 나아가려는 시도는 올리브영만의 전략이 아닙니다. 과거 명동에 관광객 수요를 노리고 대형 화장품 로드샵들이 들어섰던 것처럼, 최근 성수뿐만 아니라 압구정, 한남 등지에도 여러 브랜드들이 대형 매장을 연이어 오픈하며 외국인 관광객 수요를 공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단순히 매장을 여는 것을 넘어서, 해당 지역을 브랜드와 일체화하며 일종의 부동산 디벨로퍼 역할까지 맡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이미 LVMH가 파리 샹젤리제 거리, 뉴욕 맨해튼 5번가, LA 로데오 거리 등 명품 거리에 건물을 매입하고, 거리 조성까지 나서며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고요. 국내에서는 무신사가 성수, 압구정, 한남 등에 전략적으로 대형 거점을 세우며 이와 유사한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이번 성수역 역명 입찰에서도 무신사가 올리브영과 경쟁을 벌였다는 점인데, 앞으로 이런 지역을 둘러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브랜드들의 해외 진출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소셜 미디어와 더불어, 관광객들이 찾는 주요 명소에 위치한 오프라인 매장은 가장 중요한 고객 접점이자 해외 진출의 시작점 역할을 하고 있는데요. 이런 맥락에서 성수가 앞으로도 핫플레이스로 자리 잡는다면, 3년 후에는 성수역의 역명이 더 비싼 가격에 팔려나갈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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