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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크리스마스 VMD 대세가 마켓이 된 이유

기묘한

2024.01.0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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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2024년 01월 03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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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파사드에서 마켓으로

언제부턴가 연말 시즌 크리스마스 VMD는 국내 백화점들의 자존심을 건 승부처가 되어버렸습니다. 역시 이 분야의 원조는 누가 뭐래도 명동에 위치한 신세계백화점 본점입니다. 기록에 따르면 2011년부터 외벽에 조명을 설치하여 미디어 기능을 부여하는, '미디어 파사드'를 통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자아냈다고 하는데요. 2021년 장식이 특히나 화제가 되면서, 백화점 3사의 치열한 크리스마스 VMD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드디어, 왕좌의 주인공이 바뀌었습니다. 더현대서울에서 선보인 '크리스마스 H빌리지'는 주말 기준으로 1만 명 이상 방문할 정도로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겁니다. 이와 더불어 잠실 롯데월드몰 잔디 광장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마켓 역시 또 다른 성지로 떠올랐는데요. 반면에 신세계 본점의 파사드는 비교적 덜 언급되었다고 합니다 이처럼 어느새 크리스마스 VMD 트렌드는 미디어 파사드에서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변화한 겁니다.

 

 

제약이 오히려 특별함을 만듭니다

 파사드와 마켓의 차이점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핵심적인 건 역시나 제약의 유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세계 본점의 외벽은 명동에 온 누구나 볼 수 있습니다. 확장성은 좋지만, 대신 특별함은 덜했습니다. 반면에 크리스마스 마켓은 제한된 인원만 입장 가능했는데요. 특히 더현대 서울 H빌리지는 사전 예약과 당일 대기를 통해 매시간 100명씩만 방문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자 입장권은 웃돈이 붙어 중고거래가 되고, 예약 대기는 2,000팀이 넘어설 정도로 큰 파급력을 만들어 내었고요.

 

더욱이 의도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H빌리지 외부에선 내부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공간이 철저히 분리되어 있었습니다. 이처럼 누구나 갈 수 없기에, 일단 들어간 이들은 이를 적극적으로 자랑하였고, 오히려 이는 더 적극적인 바이럴로 이어졌습니다. 사실 현대나 롯데에 비하면 작은 규모긴 하지만 신세계 역시 본점 연결 통로에 크리스마스 마켓을 만들기도 했는데요. 누구나 갈 수 있어서인지, 거의 관심을 받지 못한 채 마무리되었습니다.

 

제약의 유무와 강도에 따라 크리스마스 마켓의 흥행도 좌우되었습니다

 

또한 이러한 제약 덕분에, 경험 역시 더욱 풍부해졌습니다. 이번 H빌리지를 기획한 정민규 책임 디자이너는 그저 바라만 보는 연출이 아니라, 고객 분들이 동화 속 공간으로 들어가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오감으로 느낄 있게 한 것이 성공의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는데요. 이와 같이 오프라인 경험의 총량은 결국 개별 경험의 밀도와 방문한 고객의 수의 곱하기로 결정되게 됩니다. 더현대 서울은 어느 정도 방문 객수를 제한하는 대신, 밀도를 높이는 전략을 택한 건데요. 백화점처럼 프리미엄을 지향하는 공간에는 보다 적합했던 방식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전략의 변화는 더 큰 경영 성과로 돌아오기도 했습니다. 길 건너편이 제일 명당이던 미디어 파사드 때와 달리, 일단 고객이 크리스마스 마켓을 즐기려면 무조건 매장까지 들어와야 했고요. 예약하고 대기하도록 자연스럽게 유도하면서, 고객의 체류 시간 또한 극대화시켰습니다. 이는 최근 런던베이글뮤지엄 등 유명 식료품 매장들을 백화점 내에 유치하는 전략과도 유사한 접근법이라 할 수 있고요.

 

 

여전히 콘텐츠에 기회가 있습니다 

물론 이와 같은 성과를 거두기 위해 백화점들은 막대한 투자를 해야 했습니다. 우선 신세계 본점만 해도,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려면 외벽에 걸린 광고를 떼내야 하는데, 상당한 광고비 손실이 발생한다고 하고요. 더현대 서울은 한 술 더 떠, 가장 상징적인 공간이기도 한 사운드 포레스트를 무려 한 달 동안이나 막으면서 공사를 진행하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 이들이 주는 경험은 한계가 있었습니다. 직접 방문하여 체험을 해보기도 했는데, 정말 원조라 할 수 있는 유럽의 크리스마스 마켓에 비하면 아무래도 손색이 있을 수밖에 없었거든요. 이는 공간적 제약이 있는 일종의 팝업 스토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오히려 작년 연말 크리스마스 마켓 열풍은 얼마나 고객들이 좋은 콘텐츠에 대한 갈증을 가지고 있는 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근래 들어 오프라인 공간과 경험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이를 잘 충족시켜 주는 곳들은 생각보다 찾기 어렵고요. 따라서 정말 좋은 기획이라면 이번 H빌리지처럼, 아니 그 이상의 큰 성공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올해에는 더 매력적인 공간들이 등장하여, 이와 같은 필요를 잘 충족시켜 주기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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